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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낭만’과 ‘과학’ 사이

이슈 트랙백 2007. 8. 16. 10:53

지난 9일 오후 열린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그 구성원들이 도시계획, 교통, 환경, 문화, 교육, 건축, 방재 등 분야별로 지역내에서는 최고그룹에 속하는 전문가들이지만 논의 과정은 전혀 ‘전문적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날 회의 도중 한 위원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너무 낭만적이다. 삼방동 일원에 대학이 들어서면 안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영산’이니 ‘환경’이나 하는 낭만적 용어로 반대만 해서 되겠느냐”는 식의 발언을 해 이를 지켜보던 보도진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렇지만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 사이에 ‘김해에 대학 유치는 필요한 일이다’는 공감대를 끌어내는 과정은 이보다 더 낭만적이었고 비과학적이었다.

한 위원이 “김해시내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연간 1300명이 다른 도시의 전문대에 진학한다고 했지만 김해대학은 정원 2800명으로 돼 있다”며 “나머지 1500명을 어떻게 충원시킬지에 대한 비전도 없이 ‘대학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이냐”고 말했지만 김해시도, 위원들도 이를 과학적 데이터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보다 더 ‘비과학적’이고 ‘낭만적’이었던 것은, 회의 시작부터 잔뜩 ‘약이 올라있는’ 위원장의 고성에 위원들이 주눅이 들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시간이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줄곧 도와 김해시의 담당 직원들을 질책한 위원장은 김해시 종합민원실장에게 “지난번 회의에서도 부지를 축소해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논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아직까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경남도의 내심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도에서는 김해시가 요청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에 대해 부결할 의지가 없었으며, 도시계획위원회는 이같은 도의 입장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낭만’과 ‘과학’ 사이를 오가며 난상토론까지 벌이고도 ‘왜 대학이 필요한지’, ‘왜 그곳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에 바탕한 설명’이 결여된 이번 결정이 우리지역 전문가집단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길 기대한다.

2001년 3월 11일 작성한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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