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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패혈증·결핵·신종플루, 같은점 다른점

이슈 트랙백 2009. 9. 22. 14:09

지난 14일 진해경찰서는 에이즈 검사를 미끼로 주부를 모텔로 유인, 성폭행한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했다.

 
 
 
  지난해 말 양산시 보건소가 마련한 에이즈 예방법 등에 대한 패널 전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001년 창원 중부경찰서는 "남편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집으로 전화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돈을 뜯은 혐의로 ㄱ 씨를 구속했다. ㄱ 씨는 이미 1993년 울산에서 같은 범죄를 저지르다 구속돼 3년 6개월 동안 복역하고 출소했으며 그 뒤 경북 구미 일대에서 같은 수법으로 여성들을 농락하다 역시 3년 6개월을 복역했다. 2001년 무렵 창원과 김해 등 중부 경남 일대에서 같은 수법으로 활개쳤는데도 뜻밖에 당하는 여성은 계속 있었다.

10여 년 전에 통하던 수법이 2009년 현재에도 여전히 통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에이즈 공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는 정부가 나서서 에이즈 환자도 성적 접촉만 없다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정도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지만, 80년대 말~90년대만 하더라도 에이즈는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전염되기라도 하는 듯 알려졌다.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염병을 방지하고자 예방 수칙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도 잘못이 있지만, 병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갖춘 의료인들이 침묵했다는 이유도 붙는다.

요즘은 덜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간간이 나곤 했다. 이 병은 80년대 중반에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90년대 통영에 있을 때다. 그곳 어민들은 비브리오 패혈증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정치권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 실세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는데 잘 팔리지 않자 패혈증의 위험성을 부풀리면서 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키고 쇠고기를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허황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패혈증의 위험이 부풀려진 것은 맞다. 건강한 사람은 설령 걸린다 하더라도 목숨이 오가는 지경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21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결핵환자 또는 사망자 현황'을 보면 국내 결핵 치사율은 7.4%로 신종 인플루엔자 0.07%보다 100배가 넘는다. 2005년부터 최근 4년간 결핵에 걸린 환자는 13만 9497명이고, 사망자 수는 1만 318명이었다. 이는 신종플루 치사율(0.07%)의 100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70대 이상이 6906명, 20대가 5712명 발생해 결핵은 노인층이 아닌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았다.

손 의원은 "결핵환자가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폐 합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강력한 결핵퇴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WHO가 발표한 추정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 1위로서 인구 10만 명마다 결핵 발생 수는 90명이고,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발생 수는 독일·스위스의 15배·미국의 20배이고, 사망률은 이웃한 일본의 3배, 미국의 10배다.

그런데도 정부는 결핵 예방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일선 시·군청에는 결핵 담당 계를 설치한 곳도 있지만 호들갑 떨지 않고 차분히 대처하고 있다. 최근 결핵협회가 나서서 결핵 예방과 퇴치에 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폐병’으로 불리던 결핵이 거의 퇴치 된 것으로 알고 있을만치 큰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지난 1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여약사 대회장 입구에 열감지카메라가 설치되어 행자장출입자들의 체온을 감시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온 나라가 신종플루 공포에 술렁였다. 올 초 발생한 신종플루에 대해 국내 언론은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보도했다가 뒤늦게 돼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다 양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종 인플루엔자'라고 바꿔 보도할 정도로 '신종플루'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사실 정보가 없기에는 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의료계에도 초창기 사정은 엇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문제는 사태가 확산하면서 국민 사이에 '공포'로 퍼져 나가는데도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주체가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초기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고 늦추려다 보니 어느 정도 두려움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로 신종플루 확진자가 확산하고, 심지어 사망자가 나오는데도 신종플루가 얼마만큼 위험한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망자가 계속 나오면서 극도의 공포감도 확산했다.

 
 
 
  경상남도의사회가 15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신종플루 대응과 관련, 도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공포감이 극도로 높아지자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포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화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경남의사회도 14일에야 성명서를 냈으며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에이즈나 패혈증이나 신종플루 사례에서 정보를 가진 전문가 집단, 의료계에서 침묵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을 때 국민이 치러야 할 피해가 무엇인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신종플루 여파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신종플루로 돌릴 수 있었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결과가 그렇게 됐다.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결핵) 부풀려 알림(에이즈 패혈증 신종플루)으로써 정치권력은 부당한 이득을 얻게 되고, 그에 대해 침묵한 전문가 집단(의료계)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의도에 미필적 고의로 부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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