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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히틀러가 세계정복을 못 한 까닭은?

아이 크는 재미 2009.11.28 08:21

어제 저녁 먹으면서 아이들하고 한문(자)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아들 녀석이 "히틀러가 세계 정복을 못 한 까닭은?"이라고 물어보네요. 딸래미가 머리를 짜내려 애쓰지만 잘 모르겠는가 봅니다. 나도 나름 히틀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책을 보기도 했지만, 아들 녀석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몰라 가만 지켜보고만 있었지요.

답은 '제가(齊家)'를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앞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뜻이 무엇이냐고 딸래미가 지 오래비에게 물었고, 아들내미는 가소롭다는 듯이 "능력 있고 집안 좋고 나라 좋으면 세계정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고, 웃기려고 하는 말이거나 아니면 요즘 아이들의 그렇고 그런 비틀어보는 짓거리 중의 하나였겠지요. 이말 끝에 나온 물음이 히틀러가 세계정복을 못 한 까닭이었습니다.

아들내미 말로는 "히틀러는 말도 잘했으며(수신 修身), 독일이라는 나라는 1차대전 패망에도 잠수함과 비행기를 만들고 핵폭탄 연구를 시작할 정도로 나라도 좋았다(치국 治國), 그러나 세계정복(평천하 平天下)은 못했다. 결국, 원인은 집안이 좋(제가 齊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썩 내 맘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새로운 시각이었고,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들어맞는 말이기도 했기에 푸하하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아들내미 말을 두고 '어느 정도'라고 표현한 것은 이래서입니다.

 
 
 
  권력을장악해 가는 시기의 아돌프 히틀러. 히틀러는 특별한 자기 확신과 예리한 조종의 본능을 결합했다. 히틀러는 역사란 언제나 "연설의 마술 같은 힘"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리처드 오버리 지음 조행복 옮김|교양인|독재자들 65쪽  
 
아돌프 히틀러의 전기는 비교적 잘 정리돼 있는데, 그는 1889년 4월 20일 오스트리아 브라우나우 암 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히틀러는 넷째 아들이었는데 그의 어머니 클라라는 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이었지요. 세 형은 어려서 모두 죽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세관 공무원이었고, 하층 중간 계급에 속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히틀러가 11살이던 1900년에, 그의 어머니는 1907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점에서 히틀러의 집안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아들내미는 히틀러의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말 잘하는 것을 꼽았네요. 이것도 내가 볼 때는 꽤 본질적인 부분을 잘 이해한 것 같습니다. 히틀러는 어릴 적 고향의 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대로 총명했으나 린츠의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는 학업에 흥미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히틀러는 기억력 하나는 타고났다고 하네요. 하여튼 히틀러의 청소년기는 유산으로 빈곤하지는 않았지만 소심하고 예의 발랐으며 사교성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무례할 정도로 고집이 세고 교활했으며 자기중심적이고 친구들의 기분에 개의치 않았다고도 기록돼 있습니다. 청년기 이후 정치범으로 교도소에 갇히기도 했지만 그를 교도소에 보낸 재판장 게오르크 나이트하르트보다도 교도소에서 더 화려한 생활을 했다고도 합니다. 히틀러는 란츠베르크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안에도 지지자들로부터 음식과 음료, 꽃 세례를 받았으며 "지도자는 게임에서 패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저술했다고도 합니다.

그런 히틀러는 연설을 정성들여 준비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나는 독일어는 모릅니다. 하지만, 각국의 언어에는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으며 특징이 있다는 것은 압니다. 히틀러는 자신의 탁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와 억센 오스트리아 악센트의 힘을 알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언제나 말이 글을 능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 "역사상 최대의 종교적, 정치적 결과를 일으켰던 힘은 언제나 연설의 마술 같은 힘이었다. 정치적 열정은 오로지 군중에게 내던진 말의 횃불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라고 기술한 것만 봐도 그의 '말'에 대한 신뢰를 알 수 있지요.

히틀러는 '말의 힘'을 알아챘고, 우리 집 아들내미는 '히틀러의 말'이 갖는 힘을 알아챈 것이지요.

어쨌거나 히틀러는 왜 세계 정복에 실패했을까요?

정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자면, 그의 인종차별적인 세계관은 뛰어난 사람을 그의 주변에서 몰아냈습니다. 유태계의 피가 조금이라도 튄 과학자들은 미국으로 망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지요. 원자탄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한 독일이지만 미국에서 먼저 만들었지요. 그의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기대 이하로 무능력했습니다. 히틀러가 동부전선-러시아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 전선에 연합군을 묶어두길 기대했지만, 무솔리니는 어이없게 무너지고 말았지요. 전쟁 초기 독일의 공업력은 영국이나 프랑스를 능가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지구의 공장지대 생산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거나 그런 바탕에서 공군력에서의 열세가 패배를 자초했다는 얘기도 할 수 있겠네요. 히틀러 개인적으로 볼 때도 그의 지나친 자신감에 기인한 전략적 실수도 들 수 있겠고, 그에게 집중된 권력 때문에 그의 참모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점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여튼 히틀러는 인류 역사상 꼽을 수 있는 걸출한 인물이었음에는 분명하지만, 그를 '영웅'으로 꼽을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집 아늘내미가 혹시라도 히틀러 같은 망상에 빠져 세계를 정복하려 들 일은 없겠지요? 능력도 뛰어나지 않고, 집안도 한미하며, 나라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니 세계정복을 시도할 엄두도 못 내지 않겠습니까. 하하.

히틀러나 세계2차대전, 독일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은?

제2차 세계대전: 탐욕의 끝, 사상 최악의 전쟁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폴 콜리어 (플래닛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독재자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리처드 오버리 (교양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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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슈테판 마르크스 (책세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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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최고사령부 1933-1945년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제프리 메가기 (플래닛미디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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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11.28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틀러가 세계정복에 실패한 이유는? 전쟁에 졌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살던 시대는 침략으로 땅을 넓히는 것이 허용(?)되던 시대였습니다.
    영국도 그랬으며, 프랑스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일본도 조선과 만주, 중국 일부를 집어삼키고 태평양에서 미국과 땅싸움을 시작했지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전쟁으로 땅뺏기를 하는 게 허용되는 시대인지, 아닌지.
    아무튼 제 생각은, 제가보다는 단순히 땅싸움에서 졌기 때문인 거 같네요.

    제가에 관해선, 공자나 맹자도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를 가정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집단, 세력을 일구는 것이라고 본다면,
    공자는 성공했지요. 제자백가 중 가장 유명한 유가를 일구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나찌당을 성공시킨 히틀러가 제가에 실패했다고 말하긴 조금 그렇지 않나 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입니다. 히틀러도 나름-비록 나찌가 파시즘의 화신이라고 해도- 제가를 이룬 셈이죠.

    이상, 파비생각이었습니다.

  2. 다마스커스강 2010.04.07 0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틀러가 전쟁에 진 이유라는 제가의 실패. 재미있는 해석이군요.

    하나의 썰.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이게 참 해석하기가 난감한 '맹자님 명언'인데 사람이 나갈 길에 대한 '순서'인 것도 같고
    천하가 편안할려면 수신에서 비롯된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히틀러가 나고 자랐던 시기는 제국주의의 광기가 도
    사렸던 때고 히틀러 자신의 불행한 유년시절이 이와 맞물려서 '인류 역사상 두 번 다시 나와서는 안될 인물'의 대
    명사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은 수신과 제가, 치국, 평천하는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
    어야 된다고 생각하네요.

    두울의 썰.
    밀리터리 취미에서 '히틀러'는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비록 그가 꿈꾸어왔던 천년제국의 건설은 반세기도 채 안
    되고 막을 내렸지만 그가 건설을 위해서 만들었던 나치나 제 3 제국의 임팩트는 각계각층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
    휘하고 있죠. 2차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제복과 무기는 미국, 유럽에서는 인정받는 안티크입니다. 그 유명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의 제국군도 그 모티브가 2차대전 독일군이었죠. 한 가지 아이러니라 하면, 러시아의 스킨헤드
    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나치즘이 2차대전때는 슬라브족인 자신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 했던 그 '나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알까요.

    세엣의 썰.
    2차대전 관계 서적들이 그 나름대로 수준이 있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난해한 내용이 많습니다.
    아마관계된 책들을 한 200권 정도는 읽어야하진 않을까요. ㅎㅎ

    네엣의 썰.
    나치의 패망은 이거다..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죠. 독재자의 오판도 있고 정복지에 대한 무개념에 가까운
    포용력[짐승으로 여겨진 민족들에 대한 짐승보다 못한 처우등], 전쟁을 수행할 인구와 자원의 부족등등..두 번다시
    그런 끔찍한 일은 없어야겠죠?



반장하고 짰다는 우리 아들, 어쩌리오

아이 크는 재미 2009.11.10 08:36

반장하고 서로 질문 안하기로 짰답니다

토·일요일은 우리 아그들과 대화하는 날입니다. 일부러 그리 정한 것은 아닌데, 서로 여유 있는 날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됐습니다.

엊그제 토요일, 딸내미는 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인 '난타'에 갔다 온다면서 점심 먹을 때 오지 않았습니다. 토스트 사먹고 난타 마친 후 오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아들은 딸내미가 안 보이면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딸내미도 마찬가지로 제 오라비가 안 보이면 좋아하죠. 아직은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나 봅니다.

토요일 점심 먹으면서 아들 기분이 한껏 업 돼 있더군요. 시시콜콜한 학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중에 압권은 "일부러 공부 좀 못하는 애들하고 같은 조를 하겠다고 자청했어요"였습니다. 이어 "반장하고도 짰어요. 서로 곤란한 질문은 안 하기로"라네요.

며칠 전부터 아들은 학교 과학 시간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준비한다고 바쁩니다. 과학 선생님이 지네 반 전체를 7개 조로 나누고, 각각 과제를 줬나 봅니다. 조별로 발표를 시키고, 그 결과를 수행평가 점수로 주겠다 했다네요.

아들내미는 액체의 분리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했습니다. 액체를 분리하려면 흔히 생각하는 게 '증류'인데, 이 밖에도 중학교 수준에서 알아야 할 것이 더 있나 봅니다. 인터넷도 뒤지고 도서관에도 갔다오고 여간 바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렇게 준비하는 모습 보면서 '얘가 제대로 준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허걱, 얘 속에 영감이 들어앉아 있었네요.

1. 일부러 공부 좀 못하는 애들과 조를 짰다

우리 집 아들내미는 초등학교와 중1 때 각각 영재교육원 교육을 받아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데는 비교적 익숙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준비 과정도 주도하는 듯하더라고요. 예사로 '경험이 있으니 그리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군요.

일부러 공부 좀 못하는 애들하고 같은 조를 자청했다고 하네요. 다른 조원들을 믿을 수 없다보니 지 혼자 준비를 다하는 듯했습니다. 조원들을 집으로 불러 각각의 역할을 연습시키고, 내일까지 이러저러한 자료를 찾아오라고 얘기하는 게 제법 연구팀장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처럼 지 혼자 바쁜 이유를 들으니 기가 막힙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하고 같은 조가 되면 조 전체 수행평가 점수가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아들하고 경쟁해야 할 애들 점수가 다 올라가니 우리 아들이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공부 못하는 애들하고 같은 조가 되면 그 애들 수행 점수 올라가도 우리 아들의 성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어찌 보면 지 혼자 해도 점수 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혼자 살겠다는 전형적인 '이기주의'의 발로로 보였습니다.

2. 벌써부터 '짬짜미'를 알아버리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반의 반장하고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7개 조 가운데 7조로 맨 마지막에 발표해야 한답니다. 1조 발표를 지난주에 했는데, 우리 아들 말로는 '고등학생하고 초등학생이 논쟁하는 것 같았다'라네요. 1조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반에서 성적 선두그룹에 있는 친구가 한 질문에 발표자가 대답을 못해 쩔쩔매더라는 것입니다. 중2 수준에서 애써서 발표 준비를 했는데, 아주 수준 높은 질문 하나에 그냥 점수를 까먹더라는 것이었지요. 이걸 보고 아들은 생각했답니다.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내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오면 망칠 수 있겠구나' 싶어 까다로운 질문을 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니 반장이 눈에 띄더라는 겁니다. 그래 반장에게 제안했다네요. 서로 부담될 질문은 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반장도 그러자고 했답니다.

그래서 내가 물어보았습니다. "너는 다른 친구들 발표하는데 까다로운 질문 안하니?" 그랬더니 얘가 "왜 질문을 안 해요? 준비 제대로 안 해왔다면 한 번 혼이 나봐야지요. 정말 엉터리 발표를 하는 애들은 정신 좀 차려야 해요"랍니다.

'니가 그리 까다롭게 질문하면, 맨 마지막에 발표하는 니는 아마 질문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거다'라고 얘기해도 얘가 아니라네요. 그렇게 수준 높은 질문을 할 애들은 반에서 서넛에 지나지 않으니 걔들하고 신사협정 맺으면 되고, 그런 애들을 빼고 나머지 조에 수준 높은 질문 하면 발표하고는 관계없이 선생님이 수행평가 점수에 가점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3. 여기서 말문이 막히다

한 30분 점심 먹으면서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 아들의 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따지자면 우리 아들 이야기가 하나도 그른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어른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 "아들아 너그는 그리 살면 안된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가슴은 음식 먹고 얹힌 것처럼 답답합니다. 입에 맴도는 말은 '아들아 세상은 그런 꼼수로 사는 것이 아니란다' '정정당당해야지 사전에 밀약을 맺고 난관을 피해가는 것은 사내가 할 짓은 아니다' '신사협정이 깨어질 경우를 생각해봤느냐. 그런 경우를 상정하고 니가 먼저 신사협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봤느냐' 묻고 싶은 말은 참 많았지만 하나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아들에게 묻고 나면 대화가 더 길어질 것이고, 현실과 대비하다 보면 내 말이 너무 도덕 교과서로 흐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4. 반면교사가 되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상황. 그 상대가 어리게만 봐왔던 아들이라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날 그랬습니다. 신호등 노란불인데도 괜찮다며 그냥 달리는 운전습관, 고속도로 제한속도 100㎞인데도 단속카메라 없다고 130~140㎞로 달리는 나. 그런 나를 보고 아들은 이처럼 영악해져 있었습니다. 아들 나무랄 수 있을 만큼 내가 그렇게 도덕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었지요. 운전 상황을 예로 든 것은 내 사는 모습을 아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이 운전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내 모습을 보고 아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가감해가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컸겠지요.

결국, 내가 달라지지 않고 아들에게 달라지라고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니는 바람 풍 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내가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미 저렇게 세상 물정을 알아버렸고, 그에 적응해나가는 방식을 실천하는 우리 아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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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semiye.com BlogIcon 세미예 2009.11.10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재밌는 자제분이군요. 잘보고 갑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답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2. Favicon of http://lovessym.tistory.com BlogIcon 크리스탈 2009.11.10 10: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어른인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옳은일인것처럼 묻어두는것도 옳지 않은것 같습니다.

    너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게 옳은일은 아니라는것은 충분히 얘기를 해야할 거 같습니다.
    그놈의 수행평가가 문제네요.

  3. 2009.11.10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www.ymca.pe.kr BlogIcon 이윤기 2009.11.10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빠와 이런 이야기를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으니 건강한 아들입니다. 아이를 바르게 키운다는 것은 곧 부모가 바르게 산다는 것이더군요. 교사로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의 뒷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모 노릇 참 쉽지 않습니다.

  5.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 2009.11.10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도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면서 세상을 배워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몸에 익힐 것이라 봅니다.

  6. Favicon of http://im2256.tistory.com BlogIcon 줌마띠~! 2009.12.12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애들은 원체 영악해서리....화이팅..^^



정치 이벤트 된 일제고사, 꼭 쳐야 하나

아이 크는 재미 2009.09.29 09:56


우리집 작은 녀석은 초등 6학년입니다. 요 며칠 새에 학교에서 조금 소동이 있었다네요.

다음달 치는 성취도 평가 때문인데요, 담임 선생님께서 5-6명씩 모둠을 만들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만든 모둠에서 단 1명이라도 평가 결과 '미달'이 나오면 그 모둠은 전부 방과후에 남아 보충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전교조 경남지부가 지난 8월 성취도 전집평가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경남도민일보DB


애들 키워 보니 6학년 쯤 되면 속에 영감이 들어앉아 있더군요. 생각할 건 다하고, 잇속은 재빨리 챙기더라는 얘기죠. 그런 애들에게 알아서 모둠을 만들라고 했으니 어떠했겠습니까? 평소 학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이는 서로 모둠에 넣어주지 않으려 하고, 잘하는 애들은 잘하는 애들끼리만 모둠을 만들었겠죠. 그러니 자연 공부 좀 못하는 애들은 어쩔 수 없이 또 그들만의 모둠을 만들었구요.


그렇게 이틀인가 사흘인가 지나고 나서 선생님께서 모둠을 해체하고 원래 자리로 전부 복귀시키더랍니다. 공부 잘 못하는 모둠 애들은 그들대로 별 공부 안하고, 잘하는 애들 모둠은 또 그들대로 성취도평가 시험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므로 공부를 안하더랍니다. 더구나 평소 친한 아이들끼리 모둠에 속하다 보니 수업시간에도 떠들기만 하고 부작용이 더 컸던가 봅니다.

처음 모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생님이 너무 비교육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너네 모둠은 어때?"라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친하게 지내던 애들 이름을 죽 대면서 같은 모둠이라고 했습니다. 다들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전과목 2개 이상 틀리지 않는 애들만 모였다는 거지요. 그래서 "그러면 되나. 조금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너희가 조금만 도와주면 방과후에 남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너무 이기적이어서는 안된다" 뭐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런데, 뒤에 모둠이 해체됐다는 얘기를 듣고는 내가 잘못생각했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오히려 선생님은 아이들이 서로 도와가며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 이기적인 아이들이 그 뜻을 못받쳐 줬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지요.

어쨌거나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이번 일제고사를 두고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좀 별난 이 학교의 특징(다음에 기회 있으면 이부분도 한번 포스팅 하겠습니다) 때문이겠거니 생각합니다만, 심지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예고를 "모레부터 중간고사 친다"고 아이들에게 알리는 학교이니 성취도 평가라고 크게 괘념치는 않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경남도내 학교 대부분이 성취도 평가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큰아이는 중2인데, 지나고 들어보니 지난 여름방학 때도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학교로 불러 보충수업을 했답니다. 도교육청은 채점 부정을 없애겠다고 도내 교사 700여명을 모아 2박3일 합숙시키며 채점하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성적을 끌어올리고자 보충수업은 기본이라고 하네요.

정작 학생들은 '내신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 시큰둥하답니다. 그런데도 학교가 이처럼 난리법석인 까닭은 내년 도교육감 선거와 밀접히 연관 있기 때문입니다. 경남도교육청은 일선 초중고등학교장 근평에 성취도평가 시험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교장이 성적 향상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됐지요.

그럼 도교육청은 왜 그랬을까요?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성취도평가에서 16개 시도교육청 중 15등을 했습니다. 올해 9등 이내, 즉 한자릿수 등위만 차지해도 교육감의 큰 공적이 됩니다. 내년 교육감 선거 때 "봐라, 내가 교육감 맡고 제대로 했더니 성적이 이렇게 오르지 않았느냐"라고 선거전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고, 유권자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난해 5위 안에 들어간 시도교육청 중 이번 평가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린다면, 그 교육감은 내년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성취도 평가라는 아이들 시험 성적이 교육감을 당선시킬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는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로지 '성적 향상'이 이번 성취도평가를 앞둔 시도교육청의 지상최대 과제입니다. 지난해 임실교육청이 성적 조작을 했던 것이 올해라고 없을 것으로 믿을 수 없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경남도교육청은 "우리는 성적 조작 없애려고 이만큼 했다"라는 생색내기용으로 합숙 채점이라는 수를 찾아낸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나는 더 큰 걱정을 합니다. 성적 조작을 채점단게에서 하는 것은 하수가 하는 짓이라고 보기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제약은 따르겠지만, 채점단계에서 조작한 것은 꼼꼼히 뒤져보면 바로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시험을 치는 단계에서 부정이 있다면, 그건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실제 우리집 큰 녀석이 다니는 중학교는 지난해 일제고사를 하루 늦게 쳤습니다. 수학여행기간과 겹쳤기 때문이지요. 성적이야 당연히 좋았죠. 수학여행 갔다 왔더니 그날 밤 이미 인터넷에 일제고사 문제와 답이 쫙 깔렸기 때문입니다. 문제 알고 답 아는 아이들은 너무 지나치게 성적이 오르는데 대한 부담감으로 일부러 틀린 답을 써내기도 했다는군요.

시험치는 단계에서의 부정을 걱정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꽤 오래된 일이긴 합니다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무슨 시험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부정행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험이 있었습니다. 그때야 한 반에 60명씩 되던 시절이었으니 옆사람 답 보고 베끼는 것은 식은 죽먹기였지요. 그래서 한 반의 절반을 잘라 1-2학년 같은 반끼리 자리를 바꿔 시험을 봤습니다. 1학년 1반 절반은 2학년 1반 교실로 가고 2학년 1반 절반은 1학년 1반 교실로 가서 시험 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감독 들어온 선생님이 이상합니다. 그냥 교실 앞문 밖에 의자 갔다 놓고 독서 삼매경이네요. 옆에 않은 2학년 선배는 1학년 시험문제 넘겨 보면서 틀렸으면 정답 가르쳐 주기도 하고, 책상 밑에 교과서 꺼내서 찾아가면서 시험을 치고, 하여튼 처음부터 마음껏 컨닝하라는 분위기였고, 아무도 제재하지 않더라는 것이지요. 물론 20년 넘게 세월이 흘렀으니 아직도 학교에서 그렇게까지야 하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성적 향상에 다걸기한 듯한 도교육청을 보고 있자면 이런 성취도평가를 왜 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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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 2009.09.29 2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1 큰녀석 지금 시험기간입니다.
    어제는 국어와 국사, 오늘은 영어를 쳤습니다.
    내일은 수학입니다.

    퇴근하고 잠시 들어가 봤더니 바느질(인형옷 만들기)을 하고 있습니다.
    낼 수학시험인데 공부 다했냐..
    아니요..배불러 배꺼자고 있어요.

    오늘하고 어제는 시험잘봤냐..
    영어는 너무 어렵게 나왔고요, 국어는 4개 틀렸고요. 국사는 어려웠어요..
    내신 별로 신경 안쓰는데,,,
    샘 눈밖애 나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되요.

    전 이런 딸이 맘에 듭니다.
    성적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죠..

    학교에서 뭐라하든
    부모들이 아이들을 믿어주면 된다고 봅니다.

    부모들이 자식들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으면
    교육감도 아이들 잡아가며 성적올리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겠죠

  2. ddcx 2009.10.04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제고사가 무슨 일제시대에 보던 고사냐



이 엄마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이 크는 재미 2008.05.27 09:04

아파트 11층에서 떨어진 18개월 된 여자아이가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뇌 수술을 받고도 완전 회복되지 않을만큼 중태랍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 원문 보기)

어젯밤 신문 제작하고 늦게 들어와 아내와 소주 한잔 하면서 이 얘기를 했는데, 아이야 어쨌든 목숨을 건져 다행이지만 그 엄마 아빠는 평생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지고 가야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실제 보도를 보면 아이 엄마 아빠 모두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 합니다. "기적이라는 생각보다 죄책감이 더 앞선다"고 했답니다. 오죽하겠습니까. 보통 아이 하나 낳아 기르는 집이 많습니다. 아이가 교통사고가 나거나 해서 이혼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가정을 묶어주는 끈이 없어졌다기보다는, 사고의 원인을 두고 부부 중 한쪽은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은 대놓고 다그치지는 않더라도 은연중 책망하는 투가 되니 서로 못견딜 일이겠지요.
 
그럼에도 꿋꿋하게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로 가정을 잘 꾸려가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경험을 되살려보면 참 어려운 일이겠다 싶습니다. 아이가 어려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한나절을 온 시장통을 헤집고 찾아 다닐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부처님 하나님, 제발 우리 아이 무사히 찾게 해 주십시오" 하는 생각 뿐이었지요. 그렇게 헤매다 아이를 찾았습니다. 그 뒤 가만 생각해봤습니다. 만약 아이를 찾지 못했다면, 내가 아내와 살 수 있었을까 하고요. 아무리 이성적으로 '일부러 애를 내다 버린 것도 아니고, 발 달린 짐승이 어디 못갈데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는 아내에 대한 원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견뎌낼 자신은 없었습니다.

18개월이면 이제 아장아장 걸으며 엄마 아빠 하면서 한참 부모를 따를 때입니다. 그 부모에게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을 아이가 어쩌다 그런 사고를 당했는지, 끔찍합니다.

듣지 않고, 글로 읽었는데도, 그 아이 아빠가 했다는 말이 마치 직접 들은 듯 귀에 쟁쟁합니다. "어린 아이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다른 부모들은 나처럼 괴로워하며 후회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네요. 그렇지요. 아무리 조심하고 보살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상입니다. 더 바짝 아이에게 다가가 보살펴야겠지요.

그 아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사랑해 아이를 낳고 살았던 그 부부도 죄책감을 가슴에 묻고 더 밝은 가정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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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BlogIcon 실비단안개 2008.05.27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기사까지 읽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다보면 별 일을 다 당합니다.
    저희 역시 아이를 잃었다가 찾은 경험도 있구요, 비록 몇 시간이었지만 참 아찔하였었습니다.

    아기의 완쾌를 빌구요, 부모님 힘 내시길 바랍니다. ()

  2. 시아엄마 2008.05.27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의일 같지가 않네요..제 아이도 이제 17개월이거든요...
    혼자 놀으라고 두는 시간도 꽤 많은데...더 조심해야겠습니다..

    아이가 빨리 털고 일어나서 엄마 아빠 사랑 받으면서 행복하길 기도할게요...

  3. Favicon of http://yun-story.tistory.com BlogIcon 부지깽이 2008.05.27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기가 어서 어서 완쾌되기를, 이 가정에 다시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정말 마음 아픕니다.

  4. 미국에서 2008.05.27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처럼.....어린 아이를 혼자두면 처벌되는 법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지는 않았나요? 그렇게되면 법 때문에라도 아이를 혼자두는 일이 많이 줄어들텐데....

  5. 소윤아빠 2008.05.27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야 빨리 일어나서 엄마, 아빠한테 달려가렴.. 기도 할게요... 힘내세요..

  6. 허브 2008.05.27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빠른 완쾌를 빌어요.
    부모님 용기를 잃지 마세요.

  7. 각설탕 2008.05.27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야~~~제발일어나 엄마아빠의 기쁨으로거듭나길바란다....부디...힘내자....



직사각형을 대각선으로 4등분하면...

아이 크는 재미 2008.04.16 13:48

아침을 먹다가 작은 녀석이 불만이었습니다.

직사각형인 식빵을 아내가 먹기 편하라고 가위로 대각선으로 잘라 네조각으로 내어 놓았는데, 큰녀석이 자꾸만 둔각 삼각형인(옆으로 펑퍼짐한·그림에서 B와 D) 조각만 골라가면서 먹었지요. 작은 녀석은 예각 삼각형(위로 뾰죽한·그림에서 A와 C) 조각을 먹으면서 "왜 오빠는 큰 것만 골라 먹는거야?"라고 따지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큰 녀석이 "아니다. 다 크기는 같다"라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네조각이 다 같을 것 같기는 했지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군요. 초딩에게 삼각함수가 어떻고 하는 것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실제 종이를 4등분 해서 면적을 구해볼까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한 그림이 이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삼각형 A의 면적은 (밑변 y 곱하기 2분의 x) 곱하기 2분의 1이고, 삼각형 D의 면적은 (밑변 x 곱하기 2분의 y) 곱하기 2분의 1이라는데까지는 생각했습니다. 식을 정리하면 둘 다 (4분의 xy)로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아주 간단하게 "네조각은 항상 크기가 같다"라고 잘라 말하네요.

왜그런지 설명해보라하니 그냥 말 몇마디로 간단히 정리해버렸습니다. 말을 옮기면 "대각선으로 자르지 말고 각 변의 이등분 점에 따라 열십자 모양으로 네조각을 내면 네조각은 모두 크기가 같잖아요. 그 네조각을 각각 대각선으로 한번씩만 잘라주면 모두 8조각이 되는데 이것도 다 크기가 같은데, 우리가 먹는 빵은 이렇게 자른 8조각 중 두조각을 옆으로 붙였느냐 위로 뾰죽하게 붙였느냐만 다를 뿐 어쨌든 같은 크기 2개씩이므로 같은 크기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설명한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것입니다. 먼저 파란색 선을 따라 4조각을, 다음으로 빨간 선을 따라 각각 2조각으로 나눈 뒤 같은 크기 2개씩을 붙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이 어떻고 길이가 어떻고 따질 것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녀석이 대견했습니다. 별로 많이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짧은 지식을 들이대면서 안쓰던 머리 괴롭혔던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아이에게 얘기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대상을 개념화하고 개념으로 도형을 이해했는데, 아이는 개념에 의한 사고는 아니었고, 도형을 도형 그 자체로 인식하는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때 배운게 병이라는 말을 써도 되겠지요.

그러고보니 '4등분'이라는 말 속에 이미 답이 숨어 있었습니다. 같을 등, 나눌 분. 같이 나눈다는 것이지요. "네조각으로 같이 나눈다" 해놓고 네조각이 같은 크기라는 것을 증명하라 한 셈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작은 녀석의 불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사람 손으로 가위로 음식물을 자르는 것은 자와 칼로 종이 오리듯이 정확할 수는 없지요. 더구나 가운데 잼 발라 겹친 식빵은 미끄러져서 크고 작은 조각이 생기게 마련이죠. 아마도 큰녀석이 그렇게 큰 조각만 골라 먹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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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승환 2008.04.16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문제에 대한 답이 '게임 이론'에 있습니다.
    게임 이론은 ... '작은 녀석'에게 빵을 자르도록 하고 '큰 녀석'에게 빵을 고르도록 합니다.

    • Favicon of http://in.idomin.com BlogIcon 돼지털 2008.04.16 2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아는 이승환 c가 맞나염? 게임의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는 제법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직관적 사고와 개념적 사고의 차이였슴돠. 글에서 그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내게 문제가 있겠지요.

      하여튼, 어린 우리 아그들뿐만 아니라, 이미 늙는 길로 들어선 나도 상대보다는 크고 좋은 것에 욕심을 내니, 그 게임의 법칙을 자주 활용해야겠네욤 ^^

  2. 승환 2008.04.17 0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 맞고요. 존 내쉬가 다듬은 '게임 이론'을 쉽게 설명한 책에서 첫 예로 나오는 게 케이크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글에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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