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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남도민일보에 '좀비'였습니다

사는 이야기 2010.03.07 11:48

경남도민일보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일련의 일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서형수 대표이사 사장이 김주완 뉴미디어부장을 편집국장 후보로 지명했고, 규약에 따라 기자직 사원들의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에서 부결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입니다. 서형수 사장은 사장을 불신임 한 것으로 보고 대표이사직 사퇴를 밝혔습니다. 김주완 부장은 이러 저러한 해석 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수세력' '좀비' 어쩌고 하면서 남아있는 사람들 중 일부를 겨냥해 날을 세웠습니다. 사내 일부에서는 서형수 사장을 몰아내려는 일련의 음모가 있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위기가 왔다고 비판하면서 심하게는 남아있는 모든 사람을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은 사람들로 매도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여러 해석과 주장을 보면서 참 가슴이 저려옵니다. 가만 되돌아보니 나는 김주완 부장이 언급한 그 좀비였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나는 서형수 사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서형수 사장이 취임하고 얼마지 않아 지면개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1면 제호 옆에 있던 '약한자의 힘'이라는 사시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이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면서, 지평위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이를 제대로 각 데스크들에게 전달하는 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내 공식 기구인 편집제작위원이기도 한 나는 편제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서형수 사장의 '개혁'이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단지 바깥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서야 '아 이건 문제 있는데' 하고 생각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지평위의 비판을 거르지 않고 데스크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개혁에 반발'한 좀비가 됐습니다.

서형수 사장은 사내 각종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서 사장이 제안한 여러 개정안 중에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고, 정관에도 규정돼 있는, 그리고 10년을 쌓아온 민주적 절차들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약한자의 힘'이라는 사시를 지면에서 뺀 데 이어 편집규약에서도 삭제하려 했습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기자들의 저항권을 편집규약에서 삭제하려 했습니다. 정관에 규정된 편집제작위원회를 편집규약에서 삭제하려 하거나 여타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편집권 독립을 침해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게 규약을 바꾸려고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나는 반발했습니다. 편집제작위원회 회의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편제위는 이 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일에 대한 사내 공청회가 열렸을 때 토론자로 나서서 기자의 저항권과 편집제작위원회 관련 규정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 주장은 받아들여져 대부분 기존의 내용이 보존됐습니다. 신문을 개혁하려는 서 사장의 개혁에 반발해 기세를 꺾어놨습니다. 역시 좀비였습니다.

지난해말~올초 회사 공간 재배치가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10년간 어렵게 따낸 직원 휴게실이 일거에 없어질 처지였습니다. 노조 대의원이기도 한 나는 대의원회의에서 이 문제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노조가 나서서 휴게실은 유지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노조를 두고 '총무2부'니 '총무부 2중대'니 하는 비난까지 일자 나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노조를 비판했습니다. '급기야 노조를 뒤흔들기도 한' 나는 좀비였습니다.

김주완 부장이 편집국장 후보로 지명 받기 전에 김 부장과 가볍게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처음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사내 파벌을 방지하려고 직선제가 아닌 임명동의투표제로 했는데, 이게 자칫하면 대표이사 신임투표로 될 수도 있겠다. 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걱정했더니 김 부장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했습니다. 그뒤 김부장이 국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 몇가지 조언을 해줬습니다. 하나는 사내 공식 기구 중 어느 것도 사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투표는 지명자 당신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동의투표를 사장 신임과 연계해 투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말해줬습니다. 또, 지금의 김병태 국장 동의투표에 앞서 김부장이 도와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도와줬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김부장은 적극적으로 찬성을 유도하지는 않았고 부결됐을 때의 여파를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주고받으며 얘기한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그 정도로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현행 사내 여러 규약·규정에는 편집국장 동의투표에 대한 찬성운동도 반대운동도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규약에도 없는 짓을 했으니 나는 좀비였습니다.

결국 나는 반개혁적이었으며 좀비였습니다. 그럼에도 사내 '개혁' 세력들은 나를 좀비의 몸통은 커녕 지푸라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일부 개혁세력에 속한 사람들은 나를 그들과 같은 '개혁' 쪽에 있다고 착각하는 듯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반개혁적이었고 좀비였습니다.

지금 사내에서 '개혁'을 이야기하고 반개혁 좀비 색출에 나선 사람 중 일부는 '밥그릇 때문에 개혁을 발로 차버렸다'고 목청을 돋웁니다.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밥그릇 때문에 정체성을 뒤엎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듯합니다.

지금 사내에서는 그 좀비의 몸통을 색출하고 처벌하겠다고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서 사장의 사시 삭제, 저항권 삭제, 편제위 권한 축소, 편집권 독립 약화 같은 '개혁' 조치를 할 때 아무런 말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매우 개혁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내 분쟁에서 주도권을 쥐고 반개혁적인 좀비들의 몸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도민일보를 개혁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달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깥에서 걱정하시는 여러분들이 걱정을 놓아도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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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자 2010.03.07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벽한 자폭이라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그러나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

  2. 주주 2010.03.07 14: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비였습니다 그래놓고는
    어쩐지 나는 외롭게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그런데 자세히 글을 읽어보면 제대로 독립운동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지간에 돼지털님 조금 헷갈리는군요 내용의 핵심이 뭔지가...

  3. 지나가다 2010.03.07 14: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혁이 되어서 좋은 게 아니라 어쩐지 한숨이 느껴집니다.
    바깥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걱정 안해도 되는 사태로 흘러가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참 애매한 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 2010.03.07 1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지금의 도민일보 상황에 좀 답답하고 개운하지 않습니다.
    전 개혁 반 개혁 이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도민일보가 지역신문으로서 지금의 시기가 그렇게 좋은 때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런 조건들을 서형수 사장이 극복해야 되는 책임을 졌습니다.

    투표결과만 보면 1표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정기자님의 1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기자님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후배들과 나눈 대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저도 내부에서 좀비 이런식의 표현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10년이면 정체성에 대해서 새로생각하고 고민할 때라 봅니다.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편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하루 하루 힘들지만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바꾸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상황을 보면서 안주와 개선의 충돌이라고 봅니다.
    표로 보면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분들이 내부에 2명이 많다는 것이고
    전체 직원으로 확대되면 또 다르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무튼 긍정적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5.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08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쨌든 반란을 위한 조직적인 모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들리군요.
    그리고 그걸 정성인 기자님은 미리 알고 계셨다는 얘기고요.
    그 반란이 기득권을 위한 반란인지, 타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반란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사시에 대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제가 비판했고, 지면평가위에서도 나온 이야기라고 압니다.
    그러나 그게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바로 담당 후배기자인 김두천기자가
    제게 해명한 것이 있으니 물어보시면 아실테고요.
    경영타개책으로 대표이사를 지역 자본가 중에서 물색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었다는 것부터,
    이미 도민일보 정체성의 위기는 시작된 게 아닐까요? 창간정신을 배반하면서까지 말이죠.
    좀비가 있다면 바로 그런 곳에 제 밥그릇만 지키려는 좀비가 기생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6. 독자 2010.03.09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은 좀비아니고... 회색주의자. 또는 기회주의자.

    글 못쓰는 사람이 어렵게 쓴다는 데... 요점이 뭡니까?

  7. 플라바 2010.04.19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지금 김병태 편집국장은 임기가 지났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가요?



아무리 먹고살기 어렵다고 이렇게까지...

사는 이야기 2010.01.14 14:15

어제 퇴근하면서 우편함에 지로용지 같은 게 있어 빼 봤더니 적십자회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테이플러로 찍어놓은 것이 이상해 돌려봤더니 새마을금고 대출 안내 전단이 붙어 있네요.

 
 
 
  새마을금고 대출안내 전단이 붙어있는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 오른쪽 표시한 곳에 보면 스테이플러로 찍어놨다.  
 
내가 알기에는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장에게는 수당이 지급됩니다. 그런 이장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거기에 알바하는 전단을 함께 붙여서 배포했을 리는 없겠지만, 만약 정말 그랬다면 문제다 싶어 아침에 이곳저곳 수소문해서 알아봤더랍니다.

짐작대로 이장이 그러지는 않은 것 같네요. 이장 말로는 지로용지 배포할 때 웬 남자 2명이 새마을금고 전단을 뿌리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전단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봤더니 적반하장이네요.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마치 "돈 없으면 새마을금고 대출받아서 적십자회비 내셩~"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북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인데요(금고 이름은 끝내 가르쳐주지 않더군요) 담당 팀장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왜 기자가 그런 것을 묻고 그러나? 영업직원들이 잘 전달되게 하고자 그리 한 것 같다. 전단 뿌리고 나서 전화 많이 오고 실제 대출이 이뤄지거나 하면 보너스도 지급하고 그러기 때문에 그리 한 것 같다. 사실 모든 전단이 불법 아니냐. 처벌하려면 다 해야지 한군데만 처벌할 수는 없다.
다들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살아가는 줄은 압니다만, 이런 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우편함에 들어오는 전단은 대부분 제대로 보지 않고 버립니다.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보게 하려고 그랬다는 겁니다만, 사소하다 할지라도 남의 우편물을 손상해가면서까지 그리해야 할까요? 또, 그렇게 마구잡이로 전단 뿌리면 아파트 청소하는 할머니들이 힘들어집니다. 우리 집 라인 청소하시는 분은 나이 일흔이 다돼가는 할머니입니다. 그 할머니도 역시 어렵게 사는 사람 중 한 명이지요. 전단 뿌린 사람이 “전단 많이 뿌려야 그런 일자리도 자꾸 생겨날 거 아니냐”라고 달려들까 봐 겁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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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장유면 | 새마을금고 대출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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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roginpot.tistory.com BlogIcon 냄비속개구리 2010.01.14 1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는 경우는 처음 봤네요....ㅋㅋ
    정말 요즘 살기 어렵긴 어렵나 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달리던 강아쥐, 살아남았을까?

사는 이야기 2010.01.10 14:58

오늘 출근하면서 본 강아지입니다. 언뜻 보기에 요크셔테리어 피가 튄 튀기인듯한데요. 유기견인지, 아니면 주인 잃은 개인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살아서 도로를 벗어나고, 원래 주인이나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차 사이로 이러저리 달려가는 강아지.  
 
10일 오후 1시 20분께입니다. 김해 장유에서 창원터널을 빠져나오자 앞서 가던 차가 멈칫거리며 갑자기 서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개 차로가 모두 그랬는데요, 처음에는 사고가 났거나 고장 차가 서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보니 2개 차로 사이로 엇뜻 무슨 동물이 지나가는 것 같아 유심히 살펴봤더니 개였습니다.

 
 
 
  내 차 앞에 멈춰선 강아지.  
 
운전자들이 개를 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 보니 차가 멈칫거리면서 약간의 정체 비슷한 상황이 됐지요. 나중에는 내 차 앞으로 해서 길가로 빠져나가는 듯해 추월했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보니 또 저만치 앞에서 달려가고 있네요.

 
 
 
  요금소를 지나 넓어진 길을 내달리는 강아지.  
 
안쓰러워서 유기견센터에 데려다 주거나 집에 데려가 기르려고 불러보았지만, 무척 놀란 듯 불러도 오지 않고 가까이 가려니 먼저 도망을 칩니다.

 
 
 
  성주동 아파트 건설현장쪽으로 가다가 길이 막혀 되돌아 오는 강아지.  
 
성주동 삼성테크윈 공장 맞은편 산 쪽으로 달려올라가기에 일단은 차에 치여 죽을 일은 없겠다 싶어 안심하려했지만, 아파트 공사현장 그물에 길이 막혀 도로 돌아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놓쳤습니다. 고가도로 벽 너머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잃어버렸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어 마음이 짠합니다. 나도 5년쯤 전에 기르던 강쥐를 잃어버린 일이 있기에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흰색 페키니즈였는데요, 유기견이었던 것을 데려다 키우던 중이었습니다. 하루는 아침 산책 데리고 나갔다가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엄청나게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는 바람에 놀란 녀석이 갑자기 냅다 달려가더군요. 따라가면서 애타게 불렀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찾을 길이 없어 그냥 집으로 갔더니 아이들이 울고 난리가 났습니다. 학교에 가서까지 울어대는 통에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해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그날부터 한 1주일을 아내와 아이들까지 나서 전단 만들어 뿌리고, 집 주변 서너 곳에 펼침막까지 만들어 붙였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단지 제보 전화를 몇 통 받기는 했는데 장유계곡길을 따라 아침에 흰색 강아지 한 마리가 차에 쫓기듯 올라가더라는 전화가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였지요. 오늘 본 강아지처럼 밀려오는 차에 잔뜩 겁을 먹고 우왕좌왕 어쩔줄 몰랐겠지요. 그러다가 어쩌면 차에 치여 죽었을 수도, 그도 아니면 누군가 좋은 사람 만나 그 집에서 잘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 한 1년간은 창원에서 흰색 페키니즈를 보면 우리 집 은별이 아닌가 싶어 유심히 살펴보고 불러보고 그랬더랍니다.

오늘 본 강아지도 그렇습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창원터널에서부터 요금소까지는 인가가 없는 곳입니다. 어쩌면 장유에서부터 달려왔을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시내에서 창원터널 쪽으로 올라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가 그 근처에 내다 버렸을 수도 있겠고요.

어쨌든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 혼잡한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목숨이나 부지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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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창원공단로에서 도와주신 분을 찾습니다

사는 이야기 2009.12.30 08:15


어젯밤 창원 공단로에서 멈춰선 자동차를 보고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을 찾습니다.

어제 퇴근기레 아주 난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작 멈췄습니다. 배터리 방전이 돼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그렇다 보니 길 한가운데 멈춰서는 비상등도 켜지 못할 상황이었지요.

저녁 8시 40분께였으니 한창 퇴근시각은 지났습니다만 창원 공단로에는 그래도 차가 많았습니다. 1차로에 아무런 표시도 없이 차가 서 있으니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지요. 급하게 달려오던 대형 버스가 급 차로변경을 하는 바람에 사고날뻔한 일도 있었고, 달여오는 차에 부딪히지 않을까 가슴 졸이기도 여러번 했습니다. 그렇지만 보이든 보이지 않든 열심히 손을 흔드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한편으로는 차 뒤쪽 옆으로 붙어서서 손신호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미처 내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바로 뒤에 바짝 멈춘 차로 다가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방전돼 비상등도 못켤 형편이니 뒤쪽에서 비상등을 좀 켜고 있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잠깐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그러마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기 차에 배터리 점프선이 있으니 시동을 걸어보자고 친절하게 도와주더군요.

그렇지만 제네레이터가 고장났는지 점프선을 연결해도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다가 어찌어찌 시동을 걸었는데 점프선만 제거하면 시동이 꺼지는 겁니다. 결국 견인차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오늘입니다. 밖에 서서 손 신호 하고, 점프선으로 연결해 시동걸려 애쓰고 했으니 무척 추웠을 겁니다. 나도 손이 곱아 견인차에 타고도 히터 송풍구에 손을 대고 한참을 녹여야 햇지요.

그렇게 15분여를 저와 함께 있으면서 도와주신 분이었지만, 견인차가 오자 상황 설명하고 견인하도록 하느라 정신이 없어 그분이 누구신지, 연락처도 받아놓지 못하고 그냥 보내고 말았습니다.

어젯밤 9시께 창원 공단로에서 마티즈가 멈춰선 것을 보고 도와주신 고마운 그 분을 찾습니다.

차종도 기억이 안납니다. 단지 흰색이고 중형차였던 것 같습니다. 꼭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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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 2009.12.30 1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습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군요.

    그 분 찾아서 꼭 술 한 잔 하세요.



아내와의 여행, 김장에 파묻히다

사는 이야기 2009.12.14 16:48

김장을 했습니다. 지난 8일이 아내 생일이었고, 오는 25일이 결혼기념일이어서 아내와 여행가려고 13일 휴가까지 냈는데, 완전히 헛다리 짚고 만 것이죠.

한 달쯤 전에 김장하기로 날이 잡혀 있었는데 나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고 아내는 내가 알 것으로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나는 아내에게 놀라움을 주어 기쁨을 더 크게 하고자 말하지 않고 은밀(?)히 준비를 하다 보니 그리되고 말았죠.

금요일 밤에 진주 부모님 뵈러 갔더니 벌써 배추 간을 해서 씻어놓았고, 양념도 다 버무려 놓으셨더군요. 말이 쉬워 그렇지 배추 70포기를 두 분이 다 그리 장만하셨으니 참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여튼 그날 밤은 부모님과 우리 내외가 생굴 회를 안주로 모처럼만에 술을 꽤 많이 마셨습니다.

그렇게 11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화장실 가려고 잠을 깬 게 3시 조금 못돼서였는데, 어머니께서는 또 뭐가 빠진 것이 없는지 챙기고, 양념에 넣어야 할 야채며 다시물 끓이신다고 그 시각까지 주무시지 않고 계셔서 더 미안해져야 했습니다.

아침에 서둔다고 서둘렀습니다. 7시쯤부터 양념에 마지막으로 넣을 야채며 다시물 넣어 다시 버무리고, 씻어놓은 배추 짜서 나르고 그렇게 해서 8시쯤 배추에 양념을 치대기 시작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작년에 김장하면서 양념을 너무 많이 치대는 바람에 나중에 양념이 모자라 다시 양념 버무렸던 일이 있었기에, 올해는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네요. 대신 배추 나르고 양념 덜어 나눠주고 옆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라 해서 그러고 있었습니다. 또 나중에 큰동생 내외 오면 아버지와 같이 밭에 가서 3년 된 더덕을 캐기로 예정돼 있었기에 동생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시쯤 동생이 왔는데, 아버지 말씀이 더덕 몇 뿌리 되지 않으니 다음에 혼자서 캐셔도 된다네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무장갑 끼고 양념을 치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작년처럼 그렇게 양념 헤프게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서야 어머니께서 고무장갑과 대야를 주시더군요.

큰 매제에게 잔심부름시키고 김치를 담그다 보니 입맛이 슬슬 당기는 게 소주 한잔이 그립더군요. 그래서 매제에게 술 가져다 달래서 마셔가면서 김치 속잎 한 잎 죽 찢어 안주 삼아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딸내미한테 사진 좀 찍으라 했더니 뒤통수만 잔뜩 찍어놨네요. 나도 제법 잘 치대는데 ㅠㅠ;  
 
 
 
 
  내가 치댄 김치입니다.  
 
그렇게 한 7~8포기 치대고 나니 점심때가 됐네요. 그새 나머지 두 동생 내외도 다 왔구요. 아버지께서 밭에 가서 삶은 돼지 수육도 때맞춰 도착하니 담그던 김치 잠시 젖혀두고 갓 담근 김치와 수육, 두부와 함께 낮술 판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집은 참 술을 많이 마십니다. 다 모였다 하면 10명인데 집에서 담근 매실주를 됫병으로 3병쯤 마십니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몇몇은 또 호프집이나 조개구이집 같은데 가서 더 마시기도 하죠. 이날도 안주가 좋아 양껏 마셨습니다. 오후에 담근 김치는 그래서 맛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술에 취했기 때문입니다. 나도 오후에는 어떻게 김장을 했는지, 정리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대충 정리를 하고 모두 낮잠 한숨 때렸지요. 저녁이 되니 대구 사는 동생이 가져온 과메기가 나오네요. 에궁, 저 아까운 것. 나는 그날 밤 장모님 뵈러 가기로 약속이 돼 있었기에 그 좋은 안주를 보고도 술 한잔도 못하고 그냥 과메기만 몇 점 주워 먹는 것으로 그쳐야 했습니다.

해마다 하는 김장이지만, 내가 직접 관여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입니다. 그전에는 사실 별 관심도 없었고, 김장을 해도 올해처럼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았기에 나까지 거들 것이 없기도 했겠지요.

   
 
  어머니의 김장 양념 노하우입니다. 우리집 딸내미가 찍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께서 김치냉장고 타령을 하셔서 좀 큰 김치냉장고를 사드렸더니만, 이제는 그 김치냉장고가 부모님은 물론, 우리 4형제 몫의 김치까지 보관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덕분에 김치 떨어지면 부모님 댁에 전부 모여드니 형제간에 우애에 좋긴 하지만,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한 것일 수도 있어 고민 중입니다.

이참에 우리 집에도 김치냉장고를 들이고 김장이나 김치는 알아서 해결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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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vessym.tistory.com BlogIcon 크리스탈 2009.12.14 1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리스마스날 결혼하셨군요.
    저도 12월에 결혼하긴 했지만 크리스마스날은 아닌데... ㅎㅎㅎㅎ

    그나저나 결혼기념일과 생일 겸 여행 물거품 되어서 어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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