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일본 갔다가 귀국해보니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나보다. 한우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하고, 학교 급식에도 한우가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단다.
뉴시스 보도를 따라가면서 뭐가 문제인지 하나하나 짚어 보겠다. 파란색 글은 뉴시스 보도이고 검정색 글은 그에 대한 내 생각이다.
뉴시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타격을 입게 된 한우목장을 방문해 ▲확실한 원산지 표시 ▲한우 고급화 등을 제시하며 농민들을 격려했다.
'확실한 원산지 표시'라고? 택도 없다. '원산지 표시' 그거 좋다. 제대로 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형편 따라 돈 따라 한우 사먹을 사람은 한우 사먹고, 광우병 걸릴 확률 그다지 높지 않다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LA산 갈비짝 뜯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속여도 소비자가 알아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걸리면 재수없는 것이고, 안걸리면 대박 나는 건데 상인이라면 누구나 원산지 속여 팔고 싶다는 유혹을 받게 마련일게다. 여기서 드는 의혹 하나. 역대 정권은 원산지 단속 의지가 없어서 원산지 허위 표시가 창궐한 것일까, 아니면 나름 한다고 했는데도 인력이 달리고 예산이 뒷받침 안해줘서 못한 것일까? 의혹 둘 , 어떤 이유였든 지금까지 한마디로 dog table 였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걸 한방에 해소할 비책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중수 경제수석, 이동관 대변인과 함께 경기 포천시 영북면 한우목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영우(경기 포천·연천) 국회의원 당선자도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 대통령은 "음식점에 가 보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근수와 원산지를 속여 판다. 최종 소비처인 음식점에서 원산지 표시만 바로잡으면 한우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내가 원산지 표시 하나 만은 확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 하면 한쪽이 손해 보고 한쪽이 이득보는 게 아니라 낙농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이 문제만큼은 농수산장관과 협의해서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근수'라고? 물론 전임 대통령 시절이기는 했지만 도량형 표준화 한다면서 온 국민을 헛갈리게 만든 적이 있다. 미터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무게 단위는 g 또는 ㎏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물론 면적 단위도 '평'을 쓰지 못하게 하면서 혼란들 더 키웠다. 아파트 분양하는데 몇평형 하면 손쉽게 이해되는데, 몇㎡ 하면 감이 안온다. 과도기적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국민은 큰 혼란을 겪은 뒤 이제는 나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무게 단위로 '근'을 쓰고 있다. 나는 돼지고기 한근 보다는 돼지고기 600g이 익숙하다. 대충 우리 4식구가 먹을 돼지고기 분량은 삼겹살 700~800g이거나 만2천원어치 정도이지 '근반'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원산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출하된 소 꼬리털을 이용해서 DNA 검사를 하는 방식을 한우펀드에서 하고 있는데, 농수산부 차원에서 검토하라"면서 "현재 DNA 검사비가 3만원인데 대량으로 하면 1만500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제시했다.
DNA 검사를 해서 한우와 육우, 수입육을 알아낸다고? 맞다, 그렇게 하면 알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 알아낸 정보를 어떻게 표시하겠다는 것인가? 1cm 보다 얇게 썬 구이용 꽃등심 한장 한장 원산지를 도장을 찍어주겠다는 것인가? DNA 검사를 하지 않아도 한우, 육우, 수입육, 젖소를 나란히 놔두면 농산물검사원인가 하는 곳에 일하는 사람들은 그냥 눈으로도 95% 이상 정확하게 원산지를 알 수 있단다. 그렇지만 따로 떼어놓으면 정확도는 50% 이하로 떨어진단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제법 큰 00가든이라고 해서 쇠고기 전문점을 10여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이는 먹어보지 않고, 눈으로 육질상태만 보고도 다 알 수 있다고 큰소리 친다. 먹어보면 좋지 않은 한우인지 고급 육우인지도 알 수 있단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은 몇 안된다. 소 1마리 잡았을 때 꼬리를 가지고 원산지를 알아냈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도축에서부터 최종소비자에게 이르는 유통경로를 100%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지 않는 한 중간에서 원산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제일 비싼 소가 3300만원인데 일본에서는 1억원까지 한다고 하더라. 한우고급화 전략으로 가야한다"면서 "한우도 전부 고급 육질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소득이 현재 2만달러 수준인데 10년 안에 4만달러가 된다고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비싸도 좋은 고기를 먹을 것"이라며 "한우를 전부 고급화해서 고급 육질로 하고 외국 수입산은 싼 걸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급육이라... 잘 사는 사람 입맛에 맞춘 고급육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 지방자치단체마다 한우 고급화를 기치로 내걸고 온갖 지원을 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금까지 칡소, 예우 등등 도내 시군마다 각기 다른 특화 전략을 펴온 것을 하나로 묶어 '한우지예'로 브랜드를 만들고 올 6월쯤 시장에 출하할 예정이다. 그렇다 해도 이 대통령이 말하는 그 '고급육' 수준에는 못미치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라도 해서 축산농이 성공할 수 있다면, 그건 그 나람대로 추진해볼 일이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비싼 쇠고기를 먹을 수 없는 사람들도 최소한 자기 수준에 맞춰 '안전'한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권은 대한민국 2%를 위한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아니, 이미 받고 있다.
그리고, 10년 내 국민소득 4만달러라고? 여기서 70년대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망령을 본다. '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이라는 구호로 얼마나 국민들 허리띠 졸라매게 했던가. 그런 바탕에서 지금의 우리 경제가 있게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4만달러 국민소득 달성 때까지 한우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 팍팍 지원해줄 것인가? 대통령 말대로 10년내에 4만달러 소득수준이 된다 하더라도 믿을 수 없다.
그런데, 그 10년 안에 4만달러 소득수준이라는 것도 믿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진입하는데 13년이 더걸렸다. 일본이 7년 조금 넘게 걸리고, 또 어느 나라가 10년 내에 성공했지만 OECD 국가 평균은 12년 정도라고 안다. 또 2만달러에서 3만달러 가는데도 일본만이 9년 조금 넘게 걸려 유일하게 10년 내에 성공했을 뿐 미국도 12년인가 걸린 일이다. 더구나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수준 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점차 길어지는 추세이다. 무슨수로 3만달러도 아니고 4만달러를 10년 안에 이루겠다는 것인가. 사실 2만달러 된 것도 환율이라는 비본질적인 부분의 도움이 컸지 않은가. 차라리 10년 안에 3만달러 수준은 될 것이다라고 한다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민족의 저력 어떻고 하는 신기루를 향해 달려나가기라도 하겠다.
이 대통령은 한 농민이 "농촌진흥청에서 한우 품질 개량에 애쓰고 있다"고 말하자 "농촌진흥청이 더 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농촌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할 테니까"라고 언급했다.
농촌 진흥청 없애겠다고 서슬 시퍼렇던 때는 어디갔을까? 어쨌든 살려놨으니 잘 활용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제대로 좀 연구하고 연구 성과가 농민들 사이로 잘 전파되도록 독려해달라.
학교 급식에 한우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려면 소를 더 키워야 하는데 경기도지사도 얘기하더라. 비싸서 못 하겠다면 시와 도에서 보상 및 지원해서 납품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뭐라도 하겠지만 정부 도움만 갖고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것도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학교급식에 한우를 쓴다고? 미안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한우 중에서도 최상등품만 골라서 쓰고 있다. 그래도 급식비 거둔게 남아서 연말이면 10여일씩은 무상급식을 해주기도 한다. 중학교는 그냥 저냥 괜찮은 품질의 한우로 급식하면 거의 급식비를 맞출수 있단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가면 '국내산 육우'도 먹일 수 없단다. 원체 많이 먹어대기에 배 고프지 않을정도로 먹이려 해도 쇠고기는 한달에 한두번, 그것도 한우가 아니라 국내산 육우로 채워줄 수밖에 없단다. 급식비 왕창 올리면 상등품 한우로 급식할 수 있다. 아니면 WTO니 FTA니 핑계대지 말고 정부 지원 왕창 늘리면 된다. 한우 사육을 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비싼 가격 때문에 못먹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체 하고싶은 것일까?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농민 스스로도 노력해야 농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저 '잘 하겠다'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며 아무리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사람은 "잘하겠다는 사람 밀어주지 않아도 되니 딴지나 걸지 말라"고 이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한다. 잘 하겠다는 사람 밀어주겠다는 것을 반대할 까닭은 없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체만 두고 본다면 논쟁은 크게 두 줄기로 추스릴 수 있다. 물론 외교문제라든지, 대미관계 같은 큰 축에서의 논란도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쇠고기 수입 그 자체만 두고 보자.
하나는 국내 축산업의 붕괴를 걱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가이다.
이 대통령은 미흡하든 어쨌든 이날 발언만 두고보면 국내 축산업 붕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언론 보도라는 것이 있는 것을 전부 다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편, 광우병 등 안전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하게 말했다"라는 정도를 기사 말미에 붙여줬을 것인데, 그게 없으니 이 대통령은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셈이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광우병이 정말 위험한 것인지, 걱정 안해도 되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충되는 전문가 그룹의 평가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광우병이 정말 안전하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전문가가 나서서 위험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안전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불안과 불신을 씼어내려는 노력은 없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번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대해서는 '조공외교'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만은 대통령이 확실하게 해명하고 설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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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으신 말씀..
2mb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대통령원산지도 제대로 표기안하는데,
소고기 원산지가 제대로 표기되기를 바라는건..
4만달러되면 누구는 요트 강국이 되겠다고 하지를 않나~~
누구는 비싼 한우를 맘껏 먹을수 있다고 하지를 않나~~
막말이 이런게 아니면 대체 머가 막말인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