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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양산하는 MB 정부 인사들,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이슈 트랙백 2010.03.24 08:12

 
 
 
  지난 15일자 경향신문 김용민화백의 경향만평. 출처: 경향신문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이명박. "좌파 교육이 성폭력 범죄를 발생시킨다." 안상수. "아프리카는 무식한 흑인들이 뛰어다니는 곳일 뿐." 김태영. "여성들이 현모양처가 되길 바란다. 아이 둘만 낳아달라." 최시중.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고 까이고…." 김우룡. 이른바 '어록' 전성시대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1987년 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저를 코미디 소재로 써도 좋습니다"는 말을 했다. 5공화국 들어 대통령과 외모가 닮았다는 까닭만으로 능력 있는 배우가 브라운관에서 퇴출당한 일까지 있었던 데다 항상 "본인은…"으로 시작하는 고압적인 어법에 주눅이 들어 있던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그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을 풍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통령은 한걸음 국민 곁으로 다가섰던 것이다.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과정에서 대통령들은 공도 있고 잘못도 있었지만, 대체로 국민 곁으로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면서 개그나 풍자의 대상에 단골로 오르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숱하게 풍자됐으며 그 스스로 톡톡 튀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거나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것은 그중에서도 국민의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말일 것이다. "놈현스럽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은 아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어록'에 속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숱한 '어록'이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했다는 "어륀지" 발언은 이 정부가 지향할 바가 어디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느니 '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내각 구성은 국민의 혀를 차게 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도 대통령이라는 이가 방송에서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가 하면 치솟는 대학 등록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받으면 되겠네"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빵을 달라고 외치는 프랑스 국민을 향해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록'은 애교로 봐줘야 할 정도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발한 촛불문화제 과정에서는 급기야 '명박산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여기까지만 해도 화는 나지만, 견딜 만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MB 정부의 주요인사들이 내놓는 '어록'들은 참담하다 못해 절망감을 안겨준다.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여기자 포럼에서 "나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내 딸 두 명도 이대 가정대학에 보냈고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가정의 행복을 위해 꼭 결혼해서 최소한 애 둘은 낳아 주십시오"라고 몇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일자 뒷날 사과하긴 했지만, 그의 딸이 서울 시의원에 출마하려고 공천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엄기영 사장을 몰아내고 기고만장했음인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서 '조인트'도 까이고 매도 맞고 해서 이른바 '좌빨' 대학살 인사를 집행하는 청소부 역할을 했다는 폭로를 했다가 역풍을 맞고 물러났다.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어록' 제조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일 서귀포 호텔에서 제주 해군기지 조성으로 갈등을 빚은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프리카 밀림은 관광지가 아닌 무식한 흑인들이 뛰어다니는 곳일 뿐이다"고 말했다. '훌륭한 관광지는 인공조형물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인종차별적인 발언인데다 듣기에 따라서는 강정마을 주민들도 '무식한 아프리카 흑인'과 다를 바 없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 국제사회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기도 하는 나라의 국방장관 발언치고는 참 맹랑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거의 '걸어 다니는 어록 제조기'로 불릴만하다.

그는 올 들어 지난 1월 25일 "좌파 성향 판사가 사법부의 핵심 개혁 대상"이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좌파 교육이 성폭행을 발생시킨다"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좌파' 때리기에 나섰다. 또 저는 부인했지만 최근 조계종이 직영사찰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 대해서도 안 원내대표가 "좌파 스님 운동권 스님"이라는 둥 관여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이 "(최시중) 그분은 야당 편이 아닌지"라거나 "김우룡·최시중·유인촌, 돕지는 못할망정"이라고 라디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하기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정두언 의원도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어쩌고 하는 말을 '어록'에 올렸다. 국회 개헌 가능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선거 목표로 제시하기에는 쩨쩨하기 이를 데 없는 발언이다.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합성한 패러디물. 출처: 딴지일보.  
 
여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래된 발언의 진위도 '어록'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요미우리는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데서 촉발됐다. 이후 요미우리는 인터넷판에서 이 기사를 내렸지만 최근 법원에 답변서를 내면서 '사실보도'였음을 밝혔다. 만약 이 대통령이 실제 이런 말을 했다면 이는 '한국 내 여론이 잠잠해지고 나서 명기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독도 포기발언'이라는 의혹까지 사면서 누리꾼 사이에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일대 유행어가 됐다.

이런 '유치찬란'한 어록들이 왜 갑자기 쏟아진 것일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을 조성해 보수세력 결집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안상수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이른바 '좌파'와의 대립각을 세운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록' 제조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른바 '친이계' 핵심에서 주도한다는 점에서 집권 피로감이거나 MBC마저 장악했다는 자만심에서 혼선을 빚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MB 정부 들어 한 일 대부분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식이었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거세니 4대 강 정비로 이름을 바꿔 밀어붙였고, 세종시 수정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해도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개혁'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학교의 입시학원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이 터져 나온 것은 아닐까?
KBS·YTN에 이어 MBC마저 장악했다는 자만심에 기고만장해 삼가고 거리낄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닐까?

글쎄. 아직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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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gsim1 BlogIcon 성심원 2010.03.24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록 속에 묻어나는 이명박정권의 실체를 이번 선거에서 표로 확인했으면 좋겠네요...

  2. Favicon of http://samma.org BlogIcon 三魔 2010.03.24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잊어버릴 수 있었던 어록(망언?)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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