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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남도민일보에 '좀비'였습니다

사는 이야기 2010.03.07 11:48

경남도민일보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일련의 일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서형수 대표이사 사장이 김주완 뉴미디어부장을 편집국장 후보로 지명했고, 규약에 따라 기자직 사원들의 편집국장 임명동의투표에서 부결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입니다. 서형수 사장은 사장을 불신임 한 것으로 보고 대표이사직 사퇴를 밝혔습니다. 김주완 부장은 이러 저러한 해석 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수세력' '좀비' 어쩌고 하면서 남아있는 사람들 중 일부를 겨냥해 날을 세웠습니다. 사내 일부에서는 서형수 사장을 몰아내려는 일련의 음모가 있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바깥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위기가 왔다고 비판하면서 심하게는 남아있는 모든 사람을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은 사람들로 매도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여러 해석과 주장을 보면서 참 가슴이 저려옵니다. 가만 되돌아보니 나는 김주완 부장이 언급한 그 좀비였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나는 서형수 사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서형수 사장이 취임하고 얼마지 않아 지면개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1면 제호 옆에 있던 '약한자의 힘'이라는 사시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이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면서, 지평위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이를 제대로 각 데스크들에게 전달하는 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내 공식 기구인 편집제작위원이기도 한 나는 편제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서형수 사장의 '개혁'이 도민일보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단지 바깥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서야 '아 이건 문제 있는데' 하고 생각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지평위의 비판을 거르지 않고 데스크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개혁에 반발'한 좀비가 됐습니다.

서형수 사장은 사내 각종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서 사장이 제안한 여러 개정안 중에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고, 정관에도 규정돼 있는, 그리고 10년을 쌓아온 민주적 절차들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약한자의 힘'이라는 사시를 지면에서 뺀 데 이어 편집규약에서도 삭제하려 했습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기자들의 저항권을 편집규약에서 삭제하려 했습니다. 정관에 규정된 편집제작위원회를 편집규약에서 삭제하려 하거나 여타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읽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편집권 독립을 침해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게 규약을 바꾸려고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나는 반발했습니다. 편집제작위원회 회의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편제위는 이 일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일에 대한 사내 공청회가 열렸을 때 토론자로 나서서 기자의 저항권과 편집제작위원회 관련 규정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 주장은 받아들여져 대부분 기존의 내용이 보존됐습니다. 신문을 개혁하려는 서 사장의 개혁에 반발해 기세를 꺾어놨습니다. 역시 좀비였습니다.

지난해말~올초 회사 공간 재배치가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10년간 어렵게 따낸 직원 휴게실이 일거에 없어질 처지였습니다. 노조 대의원이기도 한 나는 대의원회의에서 이 문제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노조가 나서서 휴게실은 유지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노조를 두고 '총무2부'니 '총무부 2중대'니 하는 비난까지 일자 나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노조를 비판했습니다. '급기야 노조를 뒤흔들기도 한' 나는 좀비였습니다.

김주완 부장이 편집국장 후보로 지명 받기 전에 김 부장과 가볍게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처음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사내 파벌을 방지하려고 직선제가 아닌 임명동의투표제로 했는데, 이게 자칫하면 대표이사 신임투표로 될 수도 있겠다. 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걱정했더니 김 부장도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했습니다. 그뒤 김부장이 국장 후보로 지명됐을 때 몇가지 조언을 해줬습니다. 하나는 사내 공식 기구 중 어느 것도 사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투표는 지명자 당신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동의투표를 사장 신임과 연계해 투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말해줬습니다. 또, 지금의 김병태 국장 동의투표에 앞서 김부장이 도와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도와줬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김부장은 적극적으로 찬성을 유도하지는 않았고 부결됐을 때의 여파를 후배들과 술자리에서 주고받으며 얘기한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그 정도로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현행 사내 여러 규약·규정에는 편집국장 동의투표에 대한 찬성운동도 반대운동도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규약에도 없는 짓을 했으니 나는 좀비였습니다.

결국 나는 반개혁적이었으며 좀비였습니다. 그럼에도 사내 '개혁' 세력들은 나를 좀비의 몸통은 커녕 지푸라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일부 개혁세력에 속한 사람들은 나를 그들과 같은 '개혁' 쪽에 있다고 착각하는 듯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반개혁적이었고 좀비였습니다.

지금 사내에서 '개혁'을 이야기하고 반개혁 좀비 색출에 나선 사람 중 일부는 '밥그릇 때문에 개혁을 발로 차버렸다'고 목청을 돋웁니다.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밥그릇 때문에 정체성을 뒤엎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데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듯합니다.

지금 사내에서는 그 좀비의 몸통을 색출하고 처벌하겠다고 목청을 돋우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서 사장의 사시 삭제, 저항권 삭제, 편제위 권한 축소, 편집권 독립 약화 같은 '개혁' 조치를 할 때 아무런 말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매우 개혁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내 분쟁에서 주도권을 쥐고 반개혁적인 좀비들의 몸통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도민일보를 개혁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달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깥에서 걱정하시는 여러분들이 걱정을 놓아도 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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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자 2010.03.07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벽한 자폭이라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그러나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

  2. 주주 2010.03.07 14: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비였습니다 그래놓고는
    어쩐지 나는 외롭게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그런데 자세히 글을 읽어보면 제대로 독립운동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지간에 돼지털님 조금 헷갈리는군요 내용의 핵심이 뭔지가...

  3. 지나가다 2010.03.07 14: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혁이 되어서 좋은 게 아니라 어쩐지 한숨이 느껴집니다.
    바깥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걱정 안해도 되는 사태로 흘러가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참 애매한 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kisilee.tistory.com BlogIcon 구르다 2010.03.07 1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제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지금의 도민일보 상황에 좀 답답하고 개운하지 않습니다.
    전 개혁 반 개혁 이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도민일보가 지역신문으로서 지금의 시기가 그렇게 좋은 때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런 조건들을 서형수 사장이 극복해야 되는 책임을 졌습니다.

    투표결과만 보면 1표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정기자님의 1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기자님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후배들과 나눈 대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저도 내부에서 좀비 이런식의 표현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10년이면 정체성에 대해서 새로생각하고 고민할 때라 봅니다.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하면 한없이 편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하루 하루 힘들지만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 바꾸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상황을 보면서 안주와 개선의 충돌이라고 봅니다.
    표로 보면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분들이 내부에 2명이 많다는 것이고
    전체 직원으로 확대되면 또 다르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무튼 긍정적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5.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10.03.08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쨌든 반란을 위한 조직적인 모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들리군요.
    그리고 그걸 정성인 기자님은 미리 알고 계셨다는 얘기고요.
    그 반란이 기득권을 위한 반란인지, 타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반란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사시에 대한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제가 비판했고, 지면평가위에서도 나온 이야기라고 압니다.
    그러나 그게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바로 담당 후배기자인 김두천기자가
    제게 해명한 것이 있으니 물어보시면 아실테고요.
    경영타개책으로 대표이사를 지역 자본가 중에서 물색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었다는 것부터,
    이미 도민일보 정체성의 위기는 시작된 게 아닐까요? 창간정신을 배반하면서까지 말이죠.
    좀비가 있다면 바로 그런 곳에 제 밥그릇만 지키려는 좀비가 기생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6. 독자 2010.03.09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은 좀비아니고... 회색주의자. 또는 기회주의자.

    글 못쓰는 사람이 어렵게 쓴다는 데... 요점이 뭡니까?

  7. 플라바 2010.04.19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지금 김병태 편집국장은 임기가 지났는데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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